이 편한 지옥 한국 그리고 이 불편한 지옥 태국

이 편한 지옥 한국, 이 불편한 지옥 태국

태국에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떨까?
이곳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타지에 살면서 오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연 태국에서의 생활은 편안할까?

한국은 참 편리한 나라이다.

대부분의 업무는 인터넷으로 처리가 가능하고 오늘 주문한 물건이 아침에 집 앞에 놓여있다.
집 근처에 병원들도 많아서 편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검사나 치료가 가능하다.
행정 업무도 빠르고 친절한 편이며, 일상에서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들여야 할 시간과 수고가 적다.

하지만 생활이 편리한 것과 마음이 편안한 것은 별개의 것이다.

나이에 따른 주변의 시선과 부담은 때때로 압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태국은 어떨까?

여행자였던 나에게 태국은 한국에서의 압박과 부담감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평화로운 생활이 가능한 곳으로 보였다.
태국에서 살면 한국보다 조금은 더 느긋하고 여유롭게, 조금은 스트레스를 덜 받고 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막상 태국에 살아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과 일들이 생겼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일이 당연하지 않았고 간단하다고 생각한 일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흘러갔다.
한국에선 별다른 고민 없이 해결되는 것들이 이곳에선 불편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디서 ‘한국은 이 편한 지옥이다.’ 라는 댓글을 본 적이 있었다.
너무 공감이 가서 댓글을 읽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나에게 태국은 어떤 부분에서 심적으로 자유롭고 평화로운 곳이다.
하지만 생활의 불편함으로 인해 ‘이 불편한 지옥’인 순간이 종종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방콕에 1년 살기를 시작한 초반에는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었다.
한국보다 느리긴 하지만 온라인 쇼핑도 가능하고 다양한 배달 음식도 있었다.
무사히 통장도 잘 개설했고 인터넷도 잘 설치했다.

사소한 부분에서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이 정도야’ 하고 넘어갈 정도였다.
아마 지금도 느끼는 대부분의 불편함은 사소한 것들에서 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작은 불편함이 쌓이다 보니 점점 불만과 불평이 되는 것 같다.

첫 번째 불편함은 신호등이다.
한국에 가면 신호등이 바뀌고 길을 건널 때 주위를 딱히 둘러보지 않는다.
이미 차들이 정차를 해 있으니까.
그런데 방콕에선 신호등 바뀐다고 바로 건너다 차에 치일 수도 있다.
태국은 꼭 우리나라의 90년대 처럼 차가 사람보다 먼저라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항상 녹색 신호등이 되어도 좌우를 살피고 길을 건너는 게 습관이 되었다.

두 번째 불편함은 업무에 융통성이 없어도 너무 없다.
AIS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계약 기간 만료가 다 되어가서 TRUE 인터넷으로 변경을 하였다.
마침 계약 만료일 2일 전에 시간이 비어서 인터넷 장비를 가지고 대리점에 인터넷 해지를 하러 갔다.
태국은 한국처럼 기사분이 오셔서 장비 수거를 해주는 시스템이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리점에 갔더니 해약 당일에 와야 해지 처리가 되고 오늘 해지 처리하면 위약금을 내야 한단다.
인터넷 해약도 직접 가서 해야 하는 게 이미 불편한데 업무 처리 방법까지 당황스럽다.
‘확인해 보면 알겠지만 2일 뒤에 계약 만료일이다. 마지막 달 요금을 선납하고 장비를 먼저 수거하는 방식으로 안되냐?’
안 된단다….. 무조건 당일에 와야 한단다.
심지에 늦게 오면 늦은 일수만큼 사용료를 내고 해지해야 한단다.
정말 어이가 없고 이리도 융통성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업무 시에도 보면 융통성이란 게 하나도 없구나 하는 경험을 종종 하게 된다.
‘이 일은 이렇게 해서 저렇게 처리하면 되겠지’가 없다.
무조건 정해진 룰 안에서만 움직인다.
이게 틀리다는 말은 아니지만 불편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세 번째 불편함은 세상 느린 관공서 업무이다.
내가 태국에서 관공서를 갈 일은 거의 없다.
운전면허증 갱신할 때 그리고 혼인신고 때문에 와이프의 미혼증명서 공증받으러 태국 외교부에 갔었을 때가 전부이다.
운전면허증 갱신은 정말 양반이었다.
와이프가 구청에 가서 태국어와 영문으로 된 미혼증명서를 발급받아 왔다.
우리는 그걸 가지고 태국 외교부에 공증을 받으러 갔었는데 사람이 어마무시하게 많았다.
서류를 접수하고 한참을 기다리니 접수증을 주며 며칠 날 오라고 얘기를 한다.
해당 날짜에 가서 다시 접수를 하고 몇 시간을 기다리다 외교부 공증 도장이 찍힌 미혼증명서를 받아서 나왔다.
증명서를 바라보며 ‘야…이거 한장 받으려고 시간을 얼마나 쓴거지? 이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인가?’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정말 우리나라 관공서가 빠르고 친절하구나를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네 번째 불편함은 전체적으로 부족한 생활 인프라이다.
생활 인프라에 대한 불편함을 얘기하자면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마다 느끼는 부분인데 태국은 한국처럼 콜드체인 시스템이 잘 되어 있지 않다.
고기나 채소들의 신선도가 확실히 떨어지며 한국처럼 싱싱한 고기나 채소를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한국에 비해서 공원이 너무 없다.
저녁에 산책하고 싶어도 공원도 없고 인도로 걷기엔 많이 불편하다.
교통은 지상철과 지하철이 있지만 계획없는 노선 설치로 이동에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아져서 택시를 주로 타게 된다.
그러다보니 가능하면 교통 체증이 많은 시간대에는 약속을 잘 잡지 않게 되었다.

다섯 번째 불편함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산 시스템이다.
이해가 잘 안되는 시스템은 은행과 상점이 기억에 남는다.
통장을 분실해서 재발급받거나 계좌 정보를 변경하려면 필히 통장 개설 지점으로 가야한다.
네트워크에 정보가 등록이 되어 있을텐데 왜 통장 개설 지점으로 가야만 하는지 이해가 안되는 불편한 구조이다.
한번은 쇼핑몰 약국에서 비타민을 샀는데, 와이프가 똑같은 비타민을 마트에서 구입을 했다.
그래서 내가 산 비타민을 환불하려 약국에 갔더니 이미 전산에 매출이 잡혀서 환불이 안 된단다.
이런 신박한 X 소리는 처음 들어봤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와이프가 태국에선 환불 안되는 매장들이 많다며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반응이었다.
이게 당연하게 받아들일 일인가?
물론 모든 매장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태국에서는 소비자가 불편을 겪어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가끔 태국의 서비스는 소비자보다 매장의 편의를 우선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왜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편의가 뒷전이고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이 외에도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사소한 부분이나 생활 인프라 부분에서 불편함이 꾸준히 발생하는 경험 중이다.

그래서 내가 지인들에게 ‘태국와서 살 생각 하지마. 한국이 천 배는 더 좋아. 여기는 이 불편한 지옥이야.’라고 말을 하면 다들 이렇게 물어온다.
‘그런데 넌 왜 거기에서 살고 있어?’
내가 생각해도 이런 불편함에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라고 들리는데 왜 저런 의문이 안 생기겠는가.

지금 내가 하는 말만 보면 태국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태국에서 살고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주는 정의하기 힘든 자유로움과 편안함이다.
이제까지 계속 이것저것 불편하다고 했으면서 ‘편안함’이라니….
내가 말하는 자유로움과 편안함은 심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생활적인 부분만 바라본다면 한국이 태국보다 정말 천배는 살기 좋고 편하다.
다만 이곳에서 느끼는 자유롭고 편안하다는 감정은 한국에서 느끼며 살기는 힘들 것 같다..
언젠가 이런 감정의 크기보다 삶의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세상 어디를 가나 나에게 100% 만족이 되는 장소를 만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지금 나에게 태국을 떠나기엔 아쉬운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기에 이곳에 머무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한국에 들어가면 느끼는 게 ‘역시 내 나라가 최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태국에 돌아오면 ‘그래, 내가 이 맛에 태국에 있지.’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나는 내일도 “태국은 이런 게 불편해”라며 투덜거리겠지.
그러면서 이곳에서 또 하루하루를 살아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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