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에서 첫 발자국을 찍을 장소를 고민하다.
태국에서 통장도 개설했고, 이제 장기 거주를 위해 살 집을 구해야 할 차례이다.
방콕 거주를 결정한 후 방콕 생활의 시작이 될 첫 집이다.
어디에 어떤 집을 구해야 잘 구했다고 할 수 있을까?
구글맵을 켜고 방콕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야 네이버 지도나 카카오맵이 편하지만, 해외에선 지원이 안 되니 어쩔 수 없다.
열심히 지도를 분석하다 후보지가 아속, 팔람 9 그리고 에까마이로 좁혀졌다.
- 아속
- 코리아 타운과 터미널 21 쇼핑몰, BTS와 MRT가 있어서 생활과 이동이 편리하다.
- 근처에 유흥가가 많아서 밤에도 소음이 있을 수 있다.
- 팔람 9
- 센트럴 쇼핑몰과 포춘 타워가 있어서 좋다.
- MRT역이 가까워서 이동이 용이하다.
- 위치가 방콕 중앙이어서 어디든 가기가 좋다.
- 에까마이
- 맛집과 카페가 많다.
- 교통 체증이 심하다.
- 3곳 중 가장 임대료가 비싸다.
-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방콕에서 내가 경험했던 동네들.
3곳 중 콘도 컨디션은 팔람 9가 신축이 많아서 좋았다.
부동산 직원과 함께 3 지역의 콘도들을 둘러보고 최종적으로 팔람 9로 결정을 했다.
이 외에도 온눗, 방나, 프라카농 쪽이 있었지만, 위치가 동쪽으로 쏠려 있어서 후보지에서 제외했었다.
이제까지 살아본 곳은 팔람 9, 에까마이, 아이콘시암 쪽 (끌룽 톤 사이 지역), 방수 지역이었는데,
편의성은 팔람 9가 제일 좋았고 삶의 질적인 부분은 아이콘시암 쪽이 제일 좋았다.
특히 아이콘시암 쪽에 살 때는 발코니에서 바로 짜오프라야강도 보이고
가끔 행사 때에나 새해의 불꽃놀이도 거실에서 편히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었다.
새해 불꽃놀이를 보려고 짜오프라야강변 호텔을 잡으면 1박에 3만 바트 정도였고 심지어 예약도 쉽지 않은데,
집 거실에 앉아서 편히 구경할 수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으리오.
난 그 집의 거실을 참 좋아했었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 마시면서 바라보는 짜오프라야강의 풍경은 지금도 한번씩 그립다.

그리고 가장 로컬스러운 분위기를 경험한 곳은 방수 지역이었다.
동네에 외국인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가는 곳마다 외국인 대접을 확실히 받았었다.
항상 웃으며 반겨주시던 정육점 아주머니, 한국에서 일하고 오셔서 한국말이 가능하셨던 야채 가게 사장님,
방콕 중심가에선 보기 힘든 느긋하고 미소가 많은 사람들.
방콕이지만 방콕답지 않게 여유가 있던 동네의 풍경이 가끔 미소 짓게 만드는 기억의 장소이다.
방콕에 살며 가장 강하게 타지에 와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곳인 동시에, 가장 태국 사람들과 친해졌던 장소였다.
여담으로 지금은 결혼을 해서 아내가 소유한 라민트라 지역의 무반에서 살고 있는데, 솔직히 난 도심의 콘도가 좋다.
이곳은 한적하고 평화로운 동네지만, 난 적당히 사람이 복작거리며 야경이 있는 고층 콘도가 취향이다.
어릴 적부터 항상 아파트에 살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태국에서 콘도를 구하는 방법과 주의할 점
태국도 한국처럼 인터넷으로 먼저 원하는 집을 찾은 후 광고를 올린 부동산과 연락해서 집을 구하면 된다.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는데, 태국도 허위 매물이 꽤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A 콘도를 클릭해서 들어가면 임대 매물 리스트가 나오는데,
비싸게 올라와 있는 가격 근처가 실제 임대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집을 구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앱은 DDproperty 이다.
이 외에도 여러 앱이나 웹사이트가 있지만 DDproperty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는 지도로 검색이 가능하다.
지도로 검색하면 내가 원하는 지역의 매물을 찾기가 검색어로 찾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빠르다.
어차피 연계되어 있는 부동산은 어느 사이트를 가더라도 동일하기 때문에 나에게 잘 맞는 사이트를 이용하면 된다.
맘에 드는 집을 찾았으면 등록된 매물을 올린 부동산에 연락을 하면 된다.
처음 메세지를 보내면 연락처, 국적, 비자 유무, 예산 등등을 물어본다.
자동 응답으로 오는 문자인 것 같은데, 답장을 보내고 빠르면 당일 늦으면 2~3일 뒤에 연락이 왔다.
담당자가 배정되면 담당자가 그 콘도에 매물이 몇 개인지 언제 볼 수 있는지 알려준다.
태국에서 집을 둘러볼 때 중요한 것은
파손이나 흠집이 있는 부분은 부동산 직원에게 얘기해 숙지시키고 사진으로 남겨놔야 한다.
나중에 계약 종료 후 정말 말도 안되는 갖가지 이유로 보증금을 까는데, 정말 진절머리가 난다.
어떤 집주인은 싱크대 수전이 낡았다며 그것까지 교체 비용을 깠었다.
처음 입주할 때부터 이미 노후된 수전 교체 비용 까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태국은 계약서상, 보증금을 퇴실 후 한 달 이내에 돌려주게 되어 있다.
나쁜 집주인은 외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안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레딧의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한국에서는 월세 계약 시 보증금 반환 걱정은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집을 빼기 전날이나 당일에 바로 반환을 해주니 신경 쓸 일도 없었고 문제가 된 적도 없었다.
태국에선 이사 후 보증금 돌려받기 전까지 계속 신경이 쓰인다.
거기다 태국은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거의 없어서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입장에선 여간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방콕에 살면서 여러 집주인을 만나 봤지만 아직까지 크게 불편한 경험은 없었다.
다만 융통성이라고는 1도 없고 사소한 것으로 신경을 긁는 집주인은 몇 번 만나봤다.
집을 계약하기 전 나만의 팁을 얘기한다면
계약금을 보내기 전에 부동산 직원에게 얘기해서 계약서를 먼저 달라고 요청한다.
계약서에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나 이상한 내용이 있으면
수정을 요청하고 받아들여 주지 않는 집주인이라면 계약을 안 하면 된다.
방콕에 콘도는 무수히 많다.
찝찝한 마음으로 굳이 계약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꼭 맞다는 건 아니지만 레딧의 글 중에 집주인이 중국인이나 인도인인 경우에 사건이 많았었다.
그래서 나는 부동산 직원에게 중국인과 인도인 집주인인 집은 빼고 보여 달라고 요청한다.
혹시나 하는 불편한 마음으로 계약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간혹 월세 네고가 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건 확실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나의 말발과 부동산 직원의 협조와 집주인의 납득이라는 삼박자가 맞으면 1~2천 바트 정도는 네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5곳의 콘도 중 딱 한번 성공해봐서 네고하는 방법은 모르겠다. ㅎㅎ
예전에 콘도를 구할 때 대부분 2만 바트에서 2만 5천 바트 정도의 가격대로 콘도를 구했었다.
싼 금액은 아니지만, 옥상에 넓은 풀장과 헬스장 그리고 탁 트인 전망을 생각하면 나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태국 콘도에 살아보니.
한국과 태국 콘도의 다른 점을 몇 가지 이야기 하자면,
우선 관리비는 집주인이 지불한다.
그래서 월세 외에 전기세와 수도세만 내면 끝이다.
택배, 여기에 와서도 온라인 쇼핑을 참 자주 하는데 태국은 배달원이 건물 로비까지만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모든 물품은 1층 사무실에서 찾아야 하는데 이건 좀 불편하다.
구조적인 가장 큰 차이점은
태국 집들은 현관에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공간이 없고 신발장이 없는 집들이 많다.
현관문을 열면 바로 거실 바닥이다.
이건 좀 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방충망이 설치된 집이 잘 없다.
거기에 발코니 창문이 없다 보니 저층의 경우 발코니에 새가 들어와 똥을 싸거나 심지어 둥지를 튼다.
새끼라도 부화하면 쫓아내지도 못하고 난감하다.
한 번은 9층에 살았던 적이 있는데,
발코니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 옆에 아기 새가 부화를 해서 한동안 발코니를 못 나갔었다.
그래서 다음번엔 31층으로 이사를 갔는데 거기서 인생 첫 지진을 경험하고 고층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참으로 난감한 콘도 경험사다.
가장 완벽한 장소는 어디일까?
저층에 살면서 오는 불편함에 고층으로 이사 갔더니 불편함이 아니라 사건이 생겼다.
삶이라는 것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우리는 항상 조금 더 편안한 곳을 찾아 가지만, 결국은 그곳도 그곳만의 불편함이 존재한다.
중요한 건 완벽한 공간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금 머무는 공간 속에서 행복을 하나씩 찾는 게 아닐까?
물론 나는 아직도 조금 더 편안하고 안락한 곳을 찾으려고 눈을 요리조리 돌리고 있지만 말이다.
여러분은 지금 머무는 공간에서 어떤가요?
자신이 꿈꿔오던 공간에 머무르고 계신가요?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멈춥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