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피부과에 갈까?
몇 년에 한번 정도 뾰루지가 날 때 빼놓곤 간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피부과는 늘 비뇨기과와 함께 붙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비뇨기과는 없어지고 피부과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금 큰 피부과는 일 년 매출이 몇십억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놀랄 일이다.
“누가 그렇게 많이 가지?”
“젊은 애들 안 받는 사람 거의 없어.”라는 대답이다.
연예인들만 가는 줄 알았는데 참 별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내가 두 달째 피부과를 다니고 있다. 왜? 관리를 받기 위해서다.
시작은 이랬다.
막내아들이 장가간대서 상견례를 했는데 안사돈이 너무 젊었다.
나하고 나이 차가 15년이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니 안 보이던 주름과 잡티가 갑자기 살아나 존재를 과시한다.
젊은 시절엔 그래도 최강 동안이라는 말도 들었었는데…
24살에 울릉도 놀러갔을 때 나보다 어려 보이는 군인이 초소에서 검문을 하며 중학생이냐고 묻기도 했고,
26살 결혼식 날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신부 어머니가 몇 살인데 벌써 결혼하냐며 궁금해 죽겠는 얼굴을 하기도 했었다.
또 32살의 애기 엄마였을 때는 중매를 서겠다는 학부모도 있었는데……
이제 얼굴은 내 나이를 다 품고 있다.
일단 이마 한 가운데 떡 버티고 있는 저 주름을 없애야겠다.
보톡스 한 대 맞으면 되겠지?
큰마음먹고 피부과에 갔다.
의사는 이마의 주름은 지금 할 수 없다고 한다.
‘뭔 소리야? 그거 없애려고 왔는데…’
눈두덩이가 두꺼워 이마를 보톡스로 눌러주면 눈 뜨기가 불편하고 눈이 더 부어 보인다는 것이다.
오히려 눈가에 주사맞기를 권했다.
그리고 패키지로 하면 리프팅관리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왕 하는 거 잘 해 보자 싶어 이마는 포기하고 패키지에 필러까지 신청했다.
2주에 한 번꼴로 가서 뜨거운 기구로 얼굴 마사지를 했다.
어느 날은 뭔지 모르겠는데 기계를 얼굴에 대니 엄청 따끔따끔했다.
즉시 효과는 보톡스였다.
눈가의 주름이 거의 안 보인다.
웃을 때마다 깊이 패였던 주름이 안 보이니 훨씬 젊어진 느낌이다.
두껍던 볼 아래살도 조금은 얇아져 얼굴이 작아지고 턱선이 살아나는 게 만족스러웠다.
드디어 막내아들 결혼식 날 사람들이 말했다.
“어머! 너무 예뻐요” “젊어 보여요”
그 중에서 가장 확실한 한마디는 동생의 멘트였다.
“언니, 하나도 안 밀린다. 사돈보다 젊어 보여!”
“그래?”
저쪽에 서 있는 사돈을 보며 자신 있게 활짝 웃었다.
이번에 받은 시술 효과는 5~6개월 갈 것이고 3개월 후에 시크릿이라는 시술을 계속해 주면 좋다는 설명으로 이번 치료가 끝났다.
이미 200만 원이나 들었는데 시크릿을 하려면 3개월에 86만 원이다.
솔직히 이 돈이면 여행도 할 수 있고 집안의 가전 하나쯤 바꿀 수 있는 액수라 다음에 또 할지는 망설여진다.
그래도 이번 경험을 통하여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
난의 한 줄기가 휘어야 파격미가 있듯 인생에도 일탈이 필요하다는 것.
무모해 보였던 ‘객기’가 사람을 살게 한다는 것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마치 얼음을 깨고 흐르는 봄의 시냇물 같은 상큼함이 온몸에 느껴진다.
비록 시간이 지나 다시 원래 얼굴로 돌아간다 해도,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현재 모습의 여운은 길게 남아있을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에 커다란 바위를 휘돌아가는 물줄기가 아름답듯 칠순이 넘은 내 삶의 여정에도 이런 객기 하나쯤 있어야 살만한 인생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가끔은 나만을 위한 객기를 부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