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은 그저 한달 살기 계획이었다.
어느덧 5년 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코로나가 끝나고 오랜만에 기분도 전환할 겸 한달 정도만 지내려고 온 태국이었다.
그런데 방콕에서 이렇게 오래 있을 줄이야.
코로나 이후 한국을 잠시 벗어나 어디서 한달만 지내볼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러다 체류 기간도 넉넉하고 심심하지 않을 것 같은 방콕으로 결정을 했다.
해외 거주 경험은 일본과 필리핀이 있었지만 일본은 짧게 여행은 몰라도 길게 머무르고 싶지 않았고
필리핀은 치안도 안 좋고 혼자서 즐길 거리도 부족했기에 제외 시켰다.
일본과 필리핀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한번 적어보겠다.
그렇다고 유럽을 가자니 비용이 너무나 부담스러웠고 모든 부분에서 만족스러운 선택지가 방콕이었다.
음식도 입에 맞았고 다른 도시로 여행하기 위한 교통편도 나쁘지 않고 치안도 좋았다.
무엇보다 혼자서도 즐길 거리가 많은 것이 큰 장점인 도시이다.
다만, 너무 더운 날씨와 의사 소통이 단점이었지만,
내가 나고 자란 한국도 살면서 불편함이 있는데 해외에 나가면서 어찌 모든 것이 완벽하기를 바라겠는가.
그렇게 오게 된 방콕에서 난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나는 정말 역마살이 있는 것일까?
역마살이라는 것이 정말 있는 것일까?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릴 적부터 참 빨빨 거리고 잘 싸돌아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에 보이스카웃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다녀본 경험이 있어서 인지,
나는 새로운 곳에 가는 것에 대해 부담감 보다는 호기심이 더 발동하는 편이었다.
대학생 때는 배낭 하나 들처메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고 첫 해외 여행지였던 일본을 시작으로
17개국 정도를 지금까지 돌아다녔다.
어릴 적 꿈이었던 전세계에 내 발자국을 남기겠다는 목표를 이루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꽤나 많이 돌아다닌 편이다.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에 나만의 3가지 중요 요소가 있다.
첫째, 한국에 없는 풍경이나 분위기가 있는가?
둘째, 맛있는 음식이 많은가?
셋째, 색다른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곳인가?
이 3가지 요소 중 최소한 강력한 한 가지가 있는 곳을 여행지로 선호하는 편이다.
20대에 일본에 빠져 한달에 한번씩 가다 보니 이왕 이렇게 자주 가는 거 차라리 일본에서 거주하며 일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소호 무역을 하는 선배를 몇달간 따라다니며 일을 배운 후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일본이라고 하면 그 배타적인 사회 분위기와 이중성에 진저리를 치지만 처음 1년은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웠었다.
그렇게 시작 된 나의 해외 생활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 돌아가 몇년 지나면 또 떠나고 싶어서 안달이 나는 걸 보니 진짜 역마살 이라는 게 있나 보다.
여행을 제외하고 몇년씩 살아본 곳은 일본과 필리핀, 2곳이지만 다양한 경험을 했고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그곳에서 쌓은 경험은 내 삶에서 빼놓기 힘든 부분이지 않나 싶다.
그렇다 보니 지금 태국이라는 새로운 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 꽤 자연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달 계획 이었던 태국이 어쩌다 장기 거주로….
분명 한달을 계획하고 태국 방콕에 왔었다.
에어비앤비로 에까마이에 있는 콘도를 예약하고 캐리어 2개를 들고 왔었다.
지금은 이사 한번 하려면 1톤 트럭 2대는 불러야 할 분량의 짐이 있다….😌
참 사람 인생 계획처럼 흘러 가지를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첫 한달이 지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자꾸만 아쉬움과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떨쳐 지지가 않았다.
오라오라병?
그래 조금 다른 의미의 오라오라병이 걸린 것이다.
40대 중후반, 삶의 활력소도 부족하고 미혼이다 보니 간혹 눈치 볼 일도 생기고 여러모로 한국 생활이 답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태국에선 남 눈치 안보고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다 보니 오라오라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 몇일 동안 고민한 나는 ‘그래, 이왕 마음 먹은 거 가자~!!’ 하고 결정을 내렸다.
남이 보면 너무 쉽게 결정한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태국으로 가던 안가던 어떤 식으로든 후회가 남을 것 같았다.
어떻게 해도 후회가 남을 거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마음으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태국으로 넘어왔다.
다시 방콕으로 돌아와서
콘도도 에어비앤비가 아닌 1년 계약으로 임대하고 통장도 개설하며 체류를 위한 과정을 밟아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의 태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단히 거창한 이유도 특별한 이유도 아니었다.
십수년 전 처음 방문했던 태국 그리고 몇번의 여행과 코로나 이후에 방문한 태국.
태국에서의 모든 경험은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고 그런 감정도 태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한 요소가 되었고
이곳의 자유로운 분위기 또한 결정에 큰 몫을 하였다.
앞으로 써 나아갈 이야기가 되겠지만, 역시 여행과 거주는 다르다.
살다 보니 불만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생긴다.
그럼에도 난 아직 이곳 태국이 좋다.
그리고 내가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결정적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가 곧 생기게 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풀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