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콕 시내에 나가보면 확실히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유튜브에선 태국 관광이 망했다는 영상이 계속 생성되고 있다.
태국 관광 산업이 정말 흔들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태국에서 사라진 건 한국인 관광객들 뿐일까?
이런 의문이 들게 된 건 한국에 가는 편도 항공권을 검색하면서 이다.
오랜만에 부산으로 들어가서 잠시 여행하고 서울로 올라갈까 하는 생각에 김해공항을 검색했다.
제주항공과 에어부산 2개의 항공사 밖에 뜨지 않았다.
‘왜 항공사가 2개 뿐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11월이면 슬슬 동남아 여행 성수기 시즌인데 이상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확실히 운항 횟수가 줄어들었다.
중동 사태로 인해 항공료가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눈에 띄게 노선이 줄다니.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인 관광객이 태국 뿐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서 많이 줄어들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1. 꾸준히 오르는 환율과 물가

지금이야 1 바트에 40원 근처로 내려갔지만 2024년 10월 정도 부터 40원을 넘더니 얼마전까지 45원이 넘는 환률이었다.
예전엔 3,800원 정도에 사먹던 음식이 4,700원 정도를 주고 먹어야 하니 체감하는 금액 차이가 컸다.
거기에 이전과 비교하면 방콕의 물가가 말도 안 되게 올랐다.
나처럼 직접 음식을 해먹는 사람은 마트를 종종 가니 물가 상승이 피부로 더 느껴진다.
100g에 700원 정도였던 돼지 목살이 요즘은 900원이 넘는다.
가격도 1Kg당 40바트 정도 올랐지만 거기에 환율까지 높아지니 체감상 더 크게 오른 것 같다.
식당들은 어떤가.
식당들도 처음엔 가격을 올렸지만 식재료비가 야금야금 계속 오르니 더 이상 가격을 올리지 못 했다.
가격을 계속 올리기 눈치가 보였을까?
음식 양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식당들이 꽤 보인다.
내가 사는 지역은 관광객이 없는 동네여서 관광객이 몰리는 동네도 양을 줄였는지 가격을 더 올렸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 하진 않을 것 같다.
아무리 태국 음식이 맛있다고 한들 한국인 입장에서 태국 음식이 고급 음식 이미지는 아니다.
그런 음식의 가격이 오르면서 관광객에게 가성비 없는 여행지로 보이는 게 문제가 아닐까?
2. 가성비가 사라진 방콕
관광객이 체감하는 비용 상승은 음식만이 아닐 것이다.
교통비, 입장료, 유흥비 등 모든 부분에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느낄 것이다.
동남아는 한국인에게 고급 여행지가 아닌 가성비 여행지이다.
그런 곳의 여행비가 전부 오른다는 건 치명적이다.
예전에 루프탑 바에 가서 칵테일 한잔에 야경을 즐기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가격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국과 비교하면 이런 루프탑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출하는 비용이 저렴한 것은 맞다.
하지만 뷰와 서비스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면 금액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방콕의 야경이 서울처럼 화려한 것도 아니고 서비스가 좋은 것도 아니다.
태국 사람들이 잘 웃고 친절하지만 잘 웃고 친절한 것이 서비스가 좋은 것은 아니다.
태국에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가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느낌이었다.
고객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가 아닌 단순히 잘 웃고 친절만 하다고 할까?
여기에 살고 있는 나도 이렇게 느끼지만 한번씩 휴가로 놀러오는 지인들도 “방콕 물가가 왜이리 올랐어.” 하며 말한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던 곳이 이제 더이상 저렴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이것을 상쇄할 만족도가 방콕에 있을까?
비용이 나오더라도 사람이 만족하면 그 비용에 대한 아쉬움이 줄어든다.
하지만 비용이 올라 가성비는 사라졌다고 느끼고 만족도까지 없다면 더 이상 그곳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우리가 비용을 지출하며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새로운 경험이나 지출한 만큼의 만족 일 것이다.
만 원짜리 국밥을 먹을때와 20만 원짜리 다이닝 식사를 할 때 원하는 기준치가 다르듯이 말이다.
이제 방콕은 예전엔 만원이면 느끼던 만족을 이젠 3만 원은 지출해야 동일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가성비 여행지라는 이미지의 장소에서 동일한 만족을 느끼기 위해 세배의 비용을 지출하려는 사람이 있을까?
3. 태국이 고부가가치 여행지로 갈 수 있을까?
최근 뉴스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가 일본과 중국이며 동남아로 가는 관광객은 점점 감소 추세라고 한다.
비용이 지출되도 그만큼 만족을 한다면 사람들이 찾을 것이다.
20대 후반에 일본에 살면서 느낀 점은 일본은 소도시도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었다.
도시마다 편리한 이동 수단, 도시마다 다른 분위기 등 일본은 관광객을 모을 준비가 되어있는 곳 이었다.
중국은 땅이 넓은 만큼 곳곳에 볼만한 명소가 많다.
일본과 중국은 한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전 세계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나라이다.
이미 이미지 메이킹이 끝나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일본.
수많은 관광 자원을 가지고 있는 관광 강국 중 하나인 중국.
아시아의 신흥 관광 강자로 꿈틀거리며 부상하는 한국.
가성비로 덤벼드는 옆나라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입장에선 참 난제에 빠졌지 싶다.
이런 고민 속에 태국 정부가 빼든 정책은 태국의 체질 개선이었다.
태국을 고부가가치의 관광지로 변모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더이상 가성비 여행지로 주변 국가와 밥그릇 싸움을 안하고 다른 노선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과연 지금의 태국이 여행자들에게 그만큼의 만족을 줄 수 있을까?
나는 현재의 태국을 볼 때 회의적이다.
고부가가치 관광지가 되려면 그에 걸맞는 인프라 구축이 필수이다.
태국의 쇼핑몰은 솔직히 한국보다 화려하고 웅장하다.
지금도 곳곳에 고급 호텔과 쇼핑몰이 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고급 호텔과 쇼핑몰만 많아져서 될 일이 아니다.
좋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고 화려한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낸 후 밖으로 나오면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곳을 나서는 순간 어지러운 도로에 지저분하고 걷기 힘든 보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극과 극 체험도 아니고 방콕은 괴리감이 너무 큰 동네이다.
고급화 전략도 좋지만 기본적인 인프라와 시설에 대한 투자도 같이 이뤄져야 할 것 같은데.
낙후된 관광지와 기본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보이지 않는다.
꾸준한 투자와 계획적인 도시 정책을 진행한다면 언젠간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 날이 가까워 보이지는 않는다.
여기에 관광객들의 지출 증가를 위해 관광부담금(1인당 450바트)을 2027년 4월부터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준비도 안된 나라가 무슨 생각이고 무슨 계획일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는 대목이다.
4. 과연 태국에서 사라진 건 한국인 관광객들뿐일까?
이쯤되니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태국에서 사라진 건 한국인 관광객들 뿐 일까 아니면 전체 관광객이 감소한 것일까?

자료를 조사 해보니 한국과 말레이시아 관광객의 감소가 눈에 띈다.
가장 큰손인 중국은 2025년 자국민 납치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33%나 관광객이 감소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서구권에서는 러시아 관광객이 조금 감소했지만 유럽 관광객은 오히려 늘고 있다.
중국은 큰 이슈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지만 유독 한국 관광객의 감소세가 크다.
2025년 -8.8%, 전년 대비 2026년은 -26%로 감소하고 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러시아와 말레이시아의 관광객도 조금씩 감소 추세이다.
생각해 보니 한국, 러시아, 말레이시아 전부 태국에 오는 관광객 상위에 속하는 나라들이다.
아마 이 세 나라의 사람들에게 태국은 이미 방문할 사람은 한 번쯤 방문한 나라이지 않을까?
그런데 가성비로 오던 나라의 물가가 예전같지 않고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없다.
태국에 방문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들 중 3곳의 관광객이 점점 줄어드는 건 이것과 관련이 있지 싶다.
혹시 한국인 관광객들이 예전에 비해 해외여행을 적게 가는 건 아닐까?
아니다.
한국인들의 해외 여행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자료를 조사 해보니 한국인 관광객의 동남아 여행은 수요가 줄고 일본과 중국에 몰리고 있다.
베트남도 얼마전부터 갈수록 비싸진다는 말이 나오더니 감소 추세가 보인다.
가성비를 잃어가는 동남아, 여기에 전쟁으로 유가까지 올라서 항공료도 많이 비싸졌다.
이렇다보니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고 가성비가 사라진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관광지 중 한곳인 태국은 그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것이다.
5. 한국인들은 태국으로 돌아올까?
난 한국인 관광객이 태국을 찾을 이유는 아직 잘 모르겠다.
최근 원화 강세로 환율은 많이 내려갔지만 이미 물가가 올라 가성비가 사라진 태국.
길거리엔 점점 중국 간판이 많아지며 고유의 감성을 잃어가는 태국.
더이상 새로운 관광 상품은 없고 기존 관광지는 낙후되어가는 태국.
과연 세상이 다시 조용해지고 예전처럼 유가가 안정되면 한국인들은 태국으로 돌아올까?
지금의 태국만을 놓고 생각하면 내 답은 ‘아니요’이다.
꾸준히 얘기했지만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며 여행을 가는데 그만큼의 만족이 없다면 찾을 이유가 없다.
예전엔 ‘어차피 돌고 돌아서 다시 태국으로 오게 되어있어.’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남아 관광 자체가 점점 매력을 잃어가는 와중에 한국인들이 동남아로 여행 올 이유가 없어져 간다.
6. 글을 마무리하며
난 이곳에 정착해서 살고있다.
그렇기에 마음 한편으로는 태국이 좀 발전하고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항상 있다.
그래서일까, 난 태국이 다시 예전의 분위기와 장점을 찾았으면 한다.
요즘 밖에 외출을 하면 예전보다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의 길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조용한 식당과 카페들…
뭔가 생기를 잃은듯한 길거리…
물론 태국이 예전보다 활기가 떨어졌다는 것이지 큰 위기가 닥칠만큼 관광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한다면 지금보다 더 암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태국이 고부가가치의 관광 산업으로 발전 시키는 것을 무조건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
조금 더 고부가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건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태국이 가진 장점 중 하나가 가성비와 자유로움이다.
고부가가치의 관광과 기존의 장점을 잘 복합해서 발전 시키는 방향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러면 발길을 돌린 한국인 관광객들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